저는 58년 개띠, 구세대의 마지막이자 신세대의 처음이라 불리웠던 낀 세대입니다. 제목에 할배라고 썼지만 마음도 청춘이고 외모도 아직 할배는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제 또래는 대학시절을 혹독한 유신체제 하에서 지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선입견과는 달리, 권위적인 체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저항적이고, 특히 유신시대에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었던 것과 같은 선동과 날조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3대 세습체제와 우상화도 극도로 혐오하다보니 수X로 몰리기도 합니다.) 메갈이 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사태로 인터넷이 시끄러워서 전말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문제가 확대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양성 갈등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세대간의 커다란 간극과 이해부족이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 현재 진보매체등에서 메갈을 옹호하는 진보논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40 이상은 되신 기성세대입니다.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미약했던 시절에 배우고 성장했던 세대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집 안에서 대학을 1명만 보내야 한다면 아들을 보냈던, 아들선호사상이 지배했던 시절을 살았던 세대입니다. 그러다보니 남성 중장년층 진보논객들은 여성에 대한 부채의식이, 그리고 여성 중장년층 진보논객의 경우에는 피해의식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그야말로 남녀7세부동석, 항상 남자반과 여자반이 따로 있었으며, 중고등학교도 남자학교와 여자학교가 따로 있었고, 대학교에서는 압도적으로 남학생수가 많았었습니다. 물론 취업도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이 했지요.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한 반에서 함께 수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성은 애초부터 경쟁 상대가 아니었고, 그냥 돌봐주고 지켜줘야 할 존재라는 마초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그리고 취업전선에서도 여성들과 똑같은 조건하에서 힘든 경쟁을 하고 있지요. 당연히 진학이나 취업에 있어서 남녀 차별은, 가정 내에서건 사회제도에서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조그만 무역업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창고에서 일할 직원이 필요해서 구직사이트에 “창고에서 무거운 하역 작업을 할 남자 직원 1명 모집”이라는 광고를 냈다가 바로 다음날 지방노동청으로부터 그 광고문은 양성평등뭐시기법을 위반했으며, “남자”문구를 삭제한 광고를 다시 내지 않으면 고발조치된다는 경고전화와 공문을 받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이 달성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었습니다. 진보논객들은 우리나라의 유리천장이 어떻고, 성불평등지수가 세계 꼴찌고, 고위층의 남녀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등 여러 가지 논거를 들이대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남녀성차별이 극심한 나라라고 단정 짓습니다. 그런데 정부고위직이나 대기업 임원층에 여성이 극소수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성을 일부러 배제해서가 아니라, 중장년층이 취업할 당시에는 공무원이든 대기업이든 남자 대 여자 취업자수 비율이 거의 8대2거나 9대1이었고, 그나마 여자들은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지금 고위직이나 임원급에 남아 있는 여성 비율이 극히 적어서 남녀 성비가 불균형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어떤가요? 대학 진학에서나 공무원 시험, 대기업 공채, 순위고사, 공기업 공채 등에서 남성에게 유리한 차별이 존재하나요? 합격자수 비율도 중장년층 세대같이 남성이 훨씬 우위에 있나요? 젊은 남성세대는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세대입니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부채의식이 있는 기성세대가 만든 각종 여성우대제도들과 병역문제 등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기성세대 진보논객들이 “우리나라는 남녀차별이 심한 나라이므로 메갈이 어떤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소리를 해도 이는 미러링일 뿐이므로 그동안 특혜를 누려 온 남성들은 반대할 자격이 없다”고 공자님 같은 말씀을 하면 이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메갈사태 해결책은, 괜히 기성세대 진보논객들이 나서서 훈수 두지 말고, 이들 세대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놔두라는 겁니다. 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결말이 내려질 겁니다. |